이름 :  
솔뫼안해 제목 : 솔뫼농원의 고구마 맛 궁금하시죠?
조회 :  
18558
 
 
 
  
따뜻한 봄볕을 친구삼아 고구마 골을 만들고~~~
비 오기를 기다려 비닐을 씌우고,
빨갛게 물든 타박고구마의 싹을 틔운

고구마 순을 잘라 고구마를 심은지
엊그네 같은데~~~
벌써 고구마 수확철이 왔다.

아침일찍 옆지기랑
자루와, 바구니, 쉬원한 물 한병을 경운기에 실고서
집위에 있는 고구마 밭으로
경운기의 털털거리는 소리를 음악삼아 올라갔다.

고구마 밭으로 가기직전.
고추밭을 획 훑어보니
아직도 시집가려고 주홍옷을 입은 고추들이
나를 향해 손짓을 하고 있다.

그래~~~ 그래~~~
내일 너희들 돌봐줄게,
오늘의 주인공은 너희들이 아니잖니.

고구마 밭으로 내려선 우리부부.
실하게 줄서있는 고구마 순을 자르기 시작했다.
귀한 순은 내일 가마솥에서 잘 삶아져
가을 햇살 속에서 일광욕을 하고나면
겨울동안 먹거리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할것이다.

일 잘하던 옆지기~~~
내 눈치를 슬슬 보면서,
이웃 연화네집 타작하는 곳으로 싸악하고 사라졌다.

- 그래 난 결심했어 -

(오늘은 딱 반만 일할거야~~~ 절대로 양보하지 않겠음)

다시 밭으로 오더니 이번에는 담배를 물고 또 사라졌다.
나는 감나무를 기준으로 금을 긋고는
반만 걷고 다른골로 이동하여 또 반만 걷고 했다.

옆지기 가만보니 오늘은 장난이 아니네 싶었는지
여기가 반이 아니라고 우기기 시작했다.
어림없는 소리.
ㅎㅎㅎ
오늘은 완전한 옆지기의 참패였고,
시골로 귀농한지 8년만에 나의 첫 승리였다.

순을 제거하고 나서 멀칭한 비닐을 걷기 시작했다.
걷어도 걷어도 긴 골은 줄지 않고,
옆지기는 담배 한대 피우려고 준비한다.

손을 비닐속에 넣어서 비닐을 제거하려는 순간~~~
뭉클하면서 내손으로 전해져 오는 오싹한 기운은.
독사쌔끼 한마리가 내 손을 향해
긴혀를 낼름거리면서
비닐속을 헤쳐 나오고 있는중~~~

" 뱀... 뱀이다 헉..."

"어디 어디 무슨뱀"

"여기 내 손아래 비...닐....소...ㄱ...."

"어서 나와 괭이 빨리~~빨리~~~"

옆지기 괭이를 들고 비닐을 향해 내리친다.

"독사새끼였네~~ 큰일 날뻔했다"

"고구마 캘려다가 우리 마누라 잡겠네"

하면서 죽은 뱀을 멀리 산으로 던져 버린다.
비닐 못걷겠다고 엄살을 피우니.
괭이들고 따라 오면서 자기만 믿으라나~~~
대신 걷어 주겠다는 말은 하지 않는 옆지기.

드디어~~~
여름동안 햇빛을 못보고 은둔(隱遁)생활을 한 흙이
속살을 허옇게 내 보이며 방긋 웃는다.
그 웃음에 서운함도 가시고,

호미를 들고 흙을 조심스럽게 걷어내니
너무도 예쁜 빨갛게 물들은 고구마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서 반상회를 하고 있다.

옆지기도 신이나는지,
호미질 하는 손길이 분주하다.
한쪽 골위에 세상 구경 나온 고구마 가족들
이웃고구마 가족들과 초면 인사를 하는지
고구마밭이 장터가 된것같다.

허리를 펴고 자루와 바구니에 고구마를 가득담고
산 능선을 바라보니
해는 늬엇늬엇 넘어가고...

잣나무 끝가지위에
까치부부 한쌍이 우리부부를 부러운듯이
내려다 보고 있다.

옆지기 까치부부를 향해 너털웃음을 한바탕 웃고는
물통을 입에 대고
벌컥벌컥 물을 마신다.

그 물은 보약보다 더 값지고,
설탕보다 달콤한 생명수 였을 것이다.



:: 꼬리말 달기
이름 비밀번호 E-mail
내용  
 
 
 
 
  : 두꺼비에서 느낀 친정엄마의 殘象(잔상...
  : 왕눈이 좋은 곳에 갔기를 기원합니다.
 
90
솔뫼안해
솔뫼농원의 고구마 맛 궁금하시죠?
2002-10-04
185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