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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뫼안해 제목 : 두꺼비에서 느낀 친정엄마의 殘象(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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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은 건망증도 없는가 보다.
어김없이 그 시간만 되면 가을이란 이름으로
가을다운 면목을 보여주고 있다.

현관앞 단단풍은
빨간 색동옷을 입고 시선을 집중시키려 하고,
얼마 자리지 않은 은행나무 잎도
제법 노랗게 물들며
가을타기에 흉내를 내려고 한다.

산속 몇그루 있는 밤나무도
떡 벌어진 입속에
맛있는 열매를 머금고
주인이 찾아 주기만 기다리고,
감나무위에 메달려 있는 감은...
노랗게 익어서 여러 입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변하지 않는 집주위를 감싸고 있는
소나무 무리들....
항상 그자리서 푸르름을 간직하며
변함없는 사랑을 쏟아 붓고 있다.

요즘들어 비가 자주 온다.
심심하면 번개를 동반한 소나기가 한바탕~~~
마음이 심란하다.

며칠을 분주하게.
고구마도 캐고, 땅콩도 캐고,
단감도 따고,
홍시도 거두어 들이고,
대추나무에 대추도 털고,
감도 곱게 깎아서~~~
고운 가을 햇살아래 말리고 있다.

대추와 꽃감이 말라가는 것을 보면서
친정엄마의 얼굴이 겹쳐져 왔다.
대추가 쭈글거리며 주름 잡혀가는 모습이
꼭 친정엄마의 일생을 보는 것같아
즐거움 보다는 애잔함을 느꼈다.

먹거리가 풍부한 시골의 가을.
봄, 여름동안
가꾸고, 사랑을 나눠서 일구어낸 결실들.
곡간을 채울 일용의 양식들.

곡간을 채우는 재미를 같이 느꼈으면 하는
나의 마음은 과연 이기심일까?
일년이면 한두번 느껴보는 엄마의 채취

마당 한귀퉁이에 외롭게 절로 피어나는
구절초의 무리들...
그 사이에~~~
소박하게 몸 사리며 다니는
한마리의 사마귀를 발견했다.

저 사마귀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헤매고 있을까?
언제나 혼자 있는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서
날렵하고, 매몰차게 먹이를
사냥하던 성깔은 어디에 감춘것일까?
가을 바람을 등에 없고~~~
외로운 여행을 하는 것일까?

친정엄마도.
청춘을 사마귀처럼 보내지 않았을까?
젊음은 자식을 보호하기 위해
매서운 모습으로 지내다가
나이들어 몸도 마음도 지치면.
자식의 품을 찾아 긴 여행을 떠나는 것 아닐까?

그때~~~
과연 나는 방패막이 되어 줄 힘이 있을까?
비오는 오전 창밖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많은 생각들이 교차하고 있다.

엄마께 나는 어떤 존재일까?
기쁨과 즐거움을 주는 존재일까?
절망과 시련만을 안겨주는 존재일까?

봄이면 새삭을 틔워 꿈을 키워주고,
푸른 잎으로 도배를 하여
여름을 신나게 보내게 하고,
가을이면,
색동옷으로 즐거움을 주고는,

서서히 한잎 한잎....
살점을 떼어 내는
고통을 동반하며 죽어가는 나뭇잎.
나뭇잎의 인생이 친정엄마의 일생인것 같다.

난...
친정엄마께 변하지 않는 푸르름으로 보답하는
소나무로 살겠다고 약속했건만.
그렇게 살았다고 자부 하지만.
流水같은세월 앞에서
어린애가 되어 가는 내 자신을 스스로 탓해본다.

창밖 현관 앞에
두꺼비 한마리가 산책을 나왔나보다.
엉금엉금 기어 오더니~~~
유리문 앞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다.
큰 눈을 깜박 거리며~~~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다.
나도 바라보며 싱긋 웃어 주었다.

내 눈에 두꺼비가 나를 보고 웃는 것 같기도 하고,
눈물을 머금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나는 다시 유리창에 다가가
한번 바라보며 웃어 주었더니.
싱끗 웃고는 마당 바위 틈으로 기어가고 있다.

순간~~~
그 두꺼비 얼굴에서 친정엄마의 잔상을 느낀 순간,
두꺼비의 얼굴에 기쁜 빛이 나타났다.

전화기를 눌렀다.
친정엄마는 교회에 가셨는지,
응답이 없다.
난 쓸쓸한 미소를 지어며
한참을 수화기를 만지작 거리며
손에서 놓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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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곶감.....
  : 솔뫼농원의 고구마 맛 궁금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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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뫼안해
두꺼비에서 느낀 친정엄마의 殘象(잔상
2002-10-06
446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