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  
솔뫼안해 제목 : 나락 을 거두어 들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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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생명의 잉태를 위해
태교하는 마음가짐으로 모판을 준비했다.
씨앗을 정성들여 소독하고
가지런히 넣고 흙을 채워서,,,

거름 많은 논바닥에 잘 눕혀
천연암반에서 나오는 생명수를 먹였다.
오염되지 않은 물을 먹고
무럭무럭 자란 모들...

조심조심
12쪼가리 논들을 돌아가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모를 심었다.
새벽의 이슬을 맞으면서 심었고,
작열하는 햇볕아래서 땀 식히며
게슴츠레한 달빛을 벗 삼아 심기를
열 댓 세만에,,,

12쪼가리 논마다 푸르스름한 빛으로
물감을 입힐 수 있었다.
12쪼가리를 혼자서 옷을 입혔다는
자부심과 대견함에,,,
자랑도 하고, 푸념도 하곤 하였다.

하늘의 분노가 심한지
하루가 멀다 하고 내리는 비속에서도
꿋꿋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건만

자연을 거역하지 못하는 태풍의 힘 속에
몇몇 어린 나락들은
자리를 보존하기도 했다.

나의 여린 손길로 어루만지고,
다듬어 주었더니,,,
다시 활기찬 생명력을 불태우며,,,
병치레라곤 한번도 하지 않은 덕에
감기약 한번 먹지 않은 튼튼한 몸과 마음을 얻었다.

노루의 잠자리 방석에 일용의 양식까지
제공해준 댓가로~~~
익어가는 나락과 노루는
나도 모르게 서로 교감을 나누고 있다.


물러나지 않을 것 같은 태양은 양을 조절하고
기세등등한 태풍도 사라질 무렵
12쪼가리 논에는 샛노랗게 물들인 저고리를 입고

보조개 머금고 사뿐히 고개숙인
어엿한 새아기씨가 되어있었다.
그 새아기씨...
헐벗은 중생들을 보살피기 위해
출가 준비를 시작했다.

삼단 같은 머리를 풀고 내 앞에 정좌하고 앉는다.
잠시 주저하는 듯싶더니...
두 손 마주 잡고 합장을 한다.

난...
머리를 한 웅큼 잡고 싹둑 잘라
옆자리에 곱게 놓았다.
또 한 웅큼.... 싹둑...
잘려나간 머리는 산을 이루고

아기씨 머리는 민둥산이 되어~~~
붉은 저녁노을을 곱게 받아 드리고 있다.
이 저녁 넘어가고,
새 날이 동터오면 비구니로...
일생을 보내기 위해 마음을 다잡고 있다.

행복한 순간이다.
손으로 머리를 만져보고...
졸졸 흐르는 계곡물에 얼굴을 비추어 보면서
흐릿한 눈가의 이슬을 보인다.

그 고운 머릿단
좁고 긴 터널을 통과하면,,,
내 몸나누어 알알이 떨구어 가마니 속에서 낮잠을 잔다.
길고도 긴 꿈속길에

엄마께도 가고,
형님집도가고, 동생집도 구경하겠지.
모두가 맛있게 먹을 생각에~~~
연신 행복한 미소를 입가에 흘리며 단잠을 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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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수하는 하루동안 있었던 일...
  : 응징 받아야할 수탉들의 죄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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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뫼안해
나락 을 거두어 들이면서,,,,,
2002-10-13
646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