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설은 우리 민족이라면 누구나 기다려지는 명절 중 하나다. 한해를 무사히 보내면서 조상의 음덕에 감사하고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면서 조상에게 그 즐거움을 고하고 자손들이 함께 모여 덕담을 나누는 차례는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라 할 수 있다. 민족의 대이동으로 인한 교통정체와 음식장만과 손님접대의 번거로움 때문에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남녀노소 어느 누구나 설레는 마음으로 설날을 맞이하게 된다. 지역과 가문에 따라 차례상에 올리는 음식이 다른 것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어느 집이나 빠지지 않는 것 중의 하나가 식혜이다. 식혜는 밥을 엿기름으로 삭힌 음료로 단맛이 나기 때문에 감주(甘酒)라고도 불려지기도 하는데, 생선에 쌀밥을 넣어 숙성시켜 만든 식해와는 서로 다르기 때문 에 서로 잘 구별해서 발음해야 혼동이 없다. 설날은 조상에게 정갈한 음식을 올린다는 의미도 있지만, 멀리 나간 친척들이 한데 모이고 이웃사람들이 세배하러 오면 여러 가지 맛이 있는 음식으로 접대하며 정을 나누는 장이기도 하다. 이때 평소보다 많이 먹어 배가 부름에도 불구하고 후식으로 식혜를 내놓게 된다. 포식한 다음에 식혜를 먹으면 배가 터질 것 같지만 오히려 배가 꺼지고 소화를 도와주게 된다. 심지어 과식으로 식체(食滯)가 나도 식혜를 먹으면 예상외로 쉽게 속이 풀리는 경우가 많다. 보리는 보통 가을에 심어 겨울을 지내기 때문에 서늘한 기운이 있다. 늦겨울이나 이른 봄에 나오는 보리의 싹은 추위를 이겨내며 단단하게 얼은 흙을 헤치고 나오기 때문에 뭉친 것을 풀어내는 힘이 강하다. 보리의 싹은 보통 엿기름이라 하고 한의학에서는 맥아라고 하는데, 음식을 먹고 소화를 못시켜 생긴 식적(食積)이나 식체에 사용할 수 있다. 뭉쳐지면 열이 나고 흩어지면 식는 이치와 같이 음식을 많이 먹어 위장에 적체되면 열이 나고 뭉쳐지게 된다. 뭉쳐지면 열이 나는 이치는 승강기에 사람들이 많이 타면 열이 나고, 얼음을 서로 압착하면 접착부분이 녹으면서 다시 붙는 것과 같이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따라서 음식이 뭉쳐서 열이 나는 식체에 뭉친 것을 풀어주고 열을 내려주는 보리의 싹을 사용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또한 보리의 싹을 이용해 만든 식혜는 설날 같은 명절날 여러 가지 음식을 먹고 난 후 후식으로 가장 적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옛 의서인 본초강목을 보면~~~ “겉보리의 싹을 엿기름이라 하는데, 이는 음식을 소화시키며 속을 편하게 다스리고 냉기를 풀어내어 속이 더부룩한 것을 풀어준다. 막힌 위를 열어주며, 곽란을 그치게 하고 답답증을 없애 뭉친 것을 풀어준다. 비위가 허한 것을 보호해주고 막힌 장을 뚫어 기운을 아래로 보내기 때문에 소화가 되지 않아 배에서 소리가 들릴 때 사용한다. 또한 여러 가지 음식의 식적을 소화시킨다”고 엿기름을 소개하고 있다. 사상의학에서는 열이 많은 소양인이 체했을 때 식혜를 복용하면 매우 좋은 효과를 보기 때문에 권장하고 있으며, 소화력이 매우 약하거나 속이 냉한 사람에게는 식혜를 따뜻하게 복용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엿기름은~~~ 만성소화불량, 식욕부진, 비위가 허약한 사람에게 사용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소화력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장기간 사용하면 체력이 약한 사람이나 소음인에게는 오히려 원기를 손상시킬 수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올바른 복용을 위해서는 한의사와 상담한 다음 사용하는 것이 좋다. 농민신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