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  
양미동 제목 : 흔한 것과 귀한 것
조회 :  
1006
 
      흔한 것과 귀한 것

우리 조상들은 예로부터 손님이 집에 찾아오면 귀한 것을 대접하는 것을 미덕으로 알고 살아온 사람들입니다. 그래서인지 우리들의 부모님들도 손님 대접하는 것을 참 중요하게 생각하고 살아 오셨습니다. 누가 자기 집에 찾아오기로 한 날이면 미리부터 무언가 준비를 합니다. 귀한 손님이 오시면 잡아 드리려고 키워온 것이라도 되는 것처럼 앞마당에 놀고 있던 암탉은 그날 저녁 밥상에 올라오는 것을 자주 보며 자라온 우리들인지라 손님 대접하는 것을 귀하게 생각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고향의 인심은 참 넉넉합니다. 이웃집에 누가 찾아왔다는 것을 알면 반가움에 마실을 옵니다. 비록 자기 집에 찾아온 손님은 아니지만 내 손님처럼 반가워합니다. 이웃집에 마실을 올 때면 작은 것이라도 손에 들고 옵니다. 함께 나누려는 소박함 때문이지요. 그래서 더 정이 갑니다. 친구가 직접 잡아온 생선으로 회를 떠서 찾아 왔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합니다. 그때 친구가 이런 말을 합니다. “흔하디흔한 회만 가져와서 미안하네. 이곳은 섬이라 누가 생선을 가져와도 그렇게 반가운 것은 아니라네. 그런데 다른 좋은 것을 대접하려고 했는데 마땅치 않아 우선 회를 떠왔다네. 산 너머에 지인에게 3만 원짜리 토종닭을 간곡하게 부탁을 해 놨으니 연락이 오면 한잔 하세나…….”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육지에 사는 사람들은 생선회는 귀한 것입니다. 그러나 섬사람들에게는 흔한 게 생선입니다. 낚시만 던지면 언제든지 잡아먹을 수 있는 생선…….

그 순간 떠오르는 것은 어릴 적 추억이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35년 전, 가난하게 살던 우리 집에 서울에서 친척이 찾아왔습니다. 그분은 국회의원 비서관을 하던 분이라 시골 어른신들이 보기에도 정중하게 대접을 해야 할 분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어머님은 집에서 기르던 토종닭이 낳았던 계란으로 요리를 해 드렸습니다. 그때 시골에서 계란 한개는 귀중한 가정 용돈 대용으로 사용하고 있을 때입니다. 그날 저녁상에는 우리가 평상시 먹던 해초로 만든 반찬이나, 생선류는 없었습니다. 우리들은 참 귀한 계란과 닭 요리가 올라왔기에 군침을 꿀꺽삼키고 있었지요. 그런데 그분은 그 저녁상이 반갑지 않은가 봅니다. 맛있게 잡수시기는 하는데 하시는 말은 다릅니다. “숙모님, 닭이나 계란은 서울에서 날마다 먹는답니다. 그런데 해초나 생선 요리는 흔하지 않답니다. 내일부터는 숙모님이 평소 잡수시던 반찬으로 주세요. 섬에서 흔한 것이 육지에서는 귀하답니다.”

내가 흔하다고 해서 상대방도 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가장 귀한 것은 그곳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토종음식이라는 것입니다. 흔한 것을 대접한다고 미안해 할 것이 아니라 있는 그것을 정성껏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대접하려는 정성이 그대로 포함된 음식은 마음까지도 푸짐하게 만듭니다. 말 한마디조차도 맛있게 들리는 고향, 고향은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어서 좋습니다. 날마다 느낄 수 있는 사랑이 있어서 좋습니다. 섬기는 것이 몸에 배어 있는 내 고향의 따뜻한 사랑을 배우는 날입니다. 모두가 사랑입니다.
 
 
 
 
  : 네... 이방 맞습니다.^^
  : 이 방이 맞나 몰라요........
 
1254
양미동
흔한 것과 귀한 것
08-10 오후
1006
sormoi
  흔한 것과 귀한 것
08-10 오후
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