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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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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보는님 |
제목 : |
봄. 여름. 가을. 겨울. |
조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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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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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뫼내외님. 토요일입니다. 제아이의 동화책에 있는 내용 입니다. 읽으시고 커피 한잔하세요. 저 약속 잘지키고 있죠.!!!
[봄. 여름. 가을. 겨울.]
옛날옛적에 봄과 여름과 가을과 겨울이 있었어요. 봄과 여름과 가을과 겨울은 처음에 사이가 좋았답니다. 그러다 하늘의 옥황상제님이 깜박 조는 사이 1년 365일을 놓고 다툼이 벌어졌어요.
먼저 봄이 투덜대었지요. “이 중에서 제일 마음이 따뜻한 건 나야. 나는 민들레와 살구와 목련꽃과 철쭉꽃을 예쁘게 피워. 벌과 나비와 제비를 불러모아 흥겨운 잔치를 벌이기도 해. 이 세상을 가장 예쁘게 꾸미는 건 나야. ”
그러자 가을도 지지 않고 나섰어요. “흥, 국화와 맨드라미를 피우는 게 누군데? 단풍을 물들여 세상을 멋지게 수놓는 건 누구지? 또 맛있는 사과와 배와 감과 밤을 주렁주렁 열리게 하는 것은 누구지? ”
여름도 잠자코 있을 수 없었어요. “그럼 해바라기와 나팔꽃과 달맞이꽃과 장미꽃은 누가 피우지? 참외와 수박은? 나는 세상을 온통 싱싱한 푸른빛으로 칠해. 진짜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 건 바로 나야. ”
가만히 듣고 있던 겨울은 찔리는 데가 많았어요. 다른 계절처럼 꽃도 많이 피우지 못했고 열매를 맺는 것도 거의 없었거든요. 그래서 퉁명스럽게 말했답니다. “쳇, 너희는 새하얀 눈을 본 적 있니? 가지마다 수북한 하얀 눈꽃과 추녀 끝에 달린 고드름을 본 적 있어? 하얗게 눈에 덮힌 세상에서 눈사람을 만들 수 있어? 아이들이 깔깔거리며 썰매를 지치게 할 수 있어?”
그렇게 내가 잘났니, 네가 못났니 하며 다투다 그만 서로 토라져버렸어요. 그러자 심술꾸러기 겨울이 북극의 추운 바람을 쌔엥 몰고 왔지요. 그리고는 세상을 꽁꽁 얼려 버렸어요.
사람들은 한 겹, 두 겹 꼭꼭 옷을 껴입었어요. 그리고 이불을 뒤집어 쓴 채 밖으로 나오려 하지 않았지요. 그저 방안에서 이를 딱딱 부딪치며 “으이 추워, 으이 추워” 했지요. 그러면 겨울은 그것 보라는 듯이 으스대었어요.
이번에는 여름이 먼 남쪽바다의 더운 바람을 몰고 쳐들어 왔어요. 그리고 겨울이 꽁꽁 얼려 논 세상을 순식간에 녹여 버렸지요.
사람들은 꼭꼭 껴입었던 옷을 하나, 둘 벗고 모처럼 나들이를 했지요. 아아, 살 것 같애. 역시 여름이 좋아. 사람들의 칭찬에 여름은 우쭐해졌지요. 그러나 그것도 잠깐이었어요. 여름이 너무 극성을 부리는 바람에 사람들은 더워서 숨이 막힐 지경이었어요. 연신 부채를 부치고 개울물에 풍덩풍덩 빠져봐도 그때뿐이었어요. 더위에 축 늘어진 사람들은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어요.
사람들이 슬슬 여름에게 짜증을 내자 봄은 이때다 싶었지요. 봄바람이 살랑살랑 산을 넘고 강을 건너 살그머니 찾아 왔어요.
들판에 보란 듯이 푸릇푸릇 보리싹을 틔우고 민들레와 진달래를 피웠지요. 사람들의 얼굴에도 환한 웃음이 피어났어요. 히히, 역시 내가 최고야.
그러나 성질이 급한 사람들을 달랠 수는 없었어요. “배가 고파. 빨리 먹을 것을 달란 말이야! ” 그런 불평들을 막으려고 봄은 사람들에게 자꾸자꾸 하품을 시켰어요. 그래서 꾸벅꾸벅 조는 사람과 게으른 사람이 늘어났지요. 그 틈을 노려 가을이 성큼 다가왔어요. 가을은 들판의 곡식을 누렇게 익히고 열매들을 주렁주렁 매달아 배고픈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어요.
모처럼 배가 부르자 사람들은 흥겹게 노래도 하고 잔치도 벌였어요. 풍성하고 즐거운 가을잔치였지요.
하지만 심술꾸러기 겨울이 다시 쳐들어왔어요. 겨울이 순식간에 가을을 몰아내자 사람들은 집으로, 들판의 짐승들은 다시 동굴 속에 들어가 웅크렸지요.
그렇게 봄과 여름과 가을과 겨울의 싸움은 끝이 날 줄 몰랐어요. 4계절이 그렇게 뒤엉켜 싸우는 바람에, 망울을 활짝 열었던 꽃들이 금방 잎사귀를 떨구었어요. 소나기에 흠뻑 젖다가 순식간에 하얀 눈을 뒤집어쓰기도 했지요.
따뜻한 봄인 줄 알고 찾아왔던 제비가, 하루만에 보따리를 싸서 돌아간 적도 있답니다. 자고 나면 계절이 바뀌자 모두모두 골탕을 먹었지요. 참다못해 사람들이 우르르 하늘나라로 몰려갔어요.
“이런 식으로는 도저히 살 수 없어요. 일도 할 수 없고 곡식도 기를 수 없어요.” “무슨 옷을 입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니까요!”
그 소란 때문에 깜박 졸던 옥황상제님이 화들짝 깨어났어요. 늙은 옥황상제님은 모두의 불평에 쩔쩔매었어요.
“알았어, 알았다고. 다 욕심때문이지. 내가 그놈들을 타이르지. ”
옥황상제는 봄과 여름과 가을과 겨울을 불러들였어요. 그리고 한 해를 공평하게 나누어 봄, 여름, 가을, 겨울 이렇게 차례를 정해 주었지요. 모두 하루라도 더 받으려고 아우성이었지만, 옥황상제 앞이라 어쩔 수 없었어요.
그때부터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차례대로 찾아왔지요. 하지만 늙은 옥황상제님이 꾸벅꾸벅 졸거나 깜박 순서를 잊어 먹으면, 하루라도 더 차지하려고 안달을 했어요.
슬금슬금 욕심을 부리다 우탕탕 뒤엉켜 싸우기도 했지요. 그러면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뒤죽박죽이 되었어요. 그래서 늙은 옥황상제님은 오늘도 손가락으로 한 해를 꼽아보며, 머리를 갸우뚱했어요.
“자, 이 다음 차례는 누구지? 겨울, 여름, 봄, 가을? 아냐! 여름, 겨울, 가을, 봄? 에이, 올해는 순서를 까먹지 않고 공평해야 할 텐데... ”^^ 정종목(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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