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  
이도준 제목 : 메주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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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주를 보냅니다...

금슬 좋던 금실댁도 떼어놓는 세월 앞에서는
유곽에서의 한 철이 암암한 꿈 한 자루만 같았지
떠나간 사내의 무덤 한 봉이 보잣골 올라가는 길
거기 이불을 깔고 기다리고 있으면서 이제 그만 같이 눕자고
지나갈 때마다 뻐꾸기 시계 마냥 하는 소리 또 하고 재변이다
난만하던 꽃들 씨앗 하나 던져두고 갈 길이 바쁘듯
꼬막을 파던 늙은 손이야 갯벌 어디쯤에서 캔
칠남매 한 다라 얻었으니 그만하면 서운할 일 없이
놓을 수도 있는 칠십 하고도 오년 하고도 봄볕 부신 날
황혼의 토방에서 메주가 된 얼굴로 달랑거린다
시집와서 열일곱살의 콧노래는 어디 가고
바람 바깥의 메주가 좌우로 몸을 흔들며 박자를 넣고
맛보면 이미 장맛인 메주가 식구들처럼 다정한 이 집
둘러보고 또 둘러본다.
벽촌으로 유배를 온 어떤 선비의편지를 베끼듯 늙은 마루 위에다 엎드려 편지를 쓴다
이제는 가고 싶다고 임자 곁으로 메주가 장이 되는 날
둘이 더 이상 둘이 아닌 날

장 담그실때가 되었다면서요.
제가 아시는 분이 쓰신글 입니다.
솔뫼에 어울리는 글이라 여기다 옮겨 놓고 갑니다.

 
 
 
 
  : 달맞이 꽃
  : 재미있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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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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