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솔뫼농원입니다

이름 :

다연이 엄마

제목 :

태백산 눈꽃축제를 다녀와서...

조회 :

961

고대했던 태백산 구경을 하고 왔습니다
에고..기대했던 것 보단 눈이 적었습니다

처음 도착했을 때 우리를 반겨준것은 새벽의 어두움 속에 서있는 눈조각들 이었습니다. 새벽에는 눈도 보이지 않고 덩그러니 놓여있는 조각들이 별 감흥이 없었는데 날이 환하게 밝아지니 주변의 눈들과 어우러져서 하얀 세상의 하얀조각들이 되더군요
하나 하나 재미있는 모양과 예술적 자태들이 자아내는 흥미로 인해 즐거웠습니다.

우리는 새벽 5시에 도착했는데 눈꽃축제는 오전 10시에 시작한다고 해서 그 때까지는 그저 주변을 왔다갔다 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동안 따끈한 차나 한잔 마시며 밤차의 피로를 풀려고 했는데 그곳엔 차를 파는 곳은 없고 식당 뿐이어서 결국 다연이와 저는 6시 30분 쯤에 식당에 들어가 따끈한 북어해장국을 먹었습니다.(그 시간엔 그것밖에 안된다더군요^^)

새벽에 행사장이 문을 안열었는데도 사람들이 많이 올라왔는데 모두 태백산 등산을 하는 사람들이었지요. 식당주인에게 물어보니 일반인도 등산할 만한 능선이라고 하여 그곳에 가면 눈이 많이 있지 않을까 하고 다연이랑 행사가 시작될 때까지 등산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래서 식당주인이 가르쳐 준 대로 매점에 가서 아이젠을 사서 신발에 묶고 등산로 쪽으로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가는길에 썰매장이 보이자 다연이는 썰매를 타겠다고 마음을 바꾸더군요. 그래서 썰매를 타러 갔지요.
나무로 만든 썰매도구는 저에게도 옛생각을 나게 하더군요.
그런데 저는 아무래도 몸이 무거워서 타고 싶은 생각은 나지 않아 다연이만 탔지요. 조금 타려는데 관리하는 사람이 와서 아직은 타면 안된다고 나가라고 하는 바람에 모두 나와야만 했습니다. 결국 그러는 동안 날이 밝아지면서 주변이 환한 하얀세상을 드러내자 다연이는 산에 가지 않고 그곳에서 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제가 보기 좋았던 곳은 단군성전과 그 주변이었습니다
기와지붕위에 하얀눈이 쌓여있는 한옥으로 마당이 넓고 마당에도 눈이 많이 쌓여있었지요 제단이 모셔있는 가옥 밑으로 계단을 내려오면 단군동상이 놓여있고 그 앞에도 제단이 있지요
그 한옥을 둘러싸고 있는 기와담 위에도 눈이 쌓여있었는데
다연이는 그 담 바깥 쪽에 만들어진 비탈길에서 미끄럼을 타며 아주 즐거워했습니다.
다연이는 그 곳의 눈으로 눈사람을 만들고 싶어했는데
눈이 이미 얼어버린 터라서 뭉쳐지지가 않아서 만들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 했지요

그곳에서 내려오는데 저 밑에 개썰매가 보여서 다연이와 그 곳으로 마구 뛰어갔는데 그 때 뿐 그 후로는 보이지가 않아서 못탔습니다 우리는 다시 올라와서 아까 보았던 눈조각들을 다시 감상하며 눈조각을 하는 외국인과 사진을 찍는 기회도 가졌습니다.

제일 재미있었던 일은 아이젠으로 신발을 묶어서 미끄러운 얼음길이나 비탈진 눈길을 자유로이 뛰어다닌 일이었습니다
사실 그걸 묶기 전에는 길은 미끄럽고 비탈져서 즐겁기 보다는 다닐 일이 더 걱정이었거든요. 아이젠 덕분에 비로소 즐거운 시간을 보낼수 있었습니다.

그밖에 별 할 일이 없어서 우리는 석탄박물관엘 갔습니다.
석탄박물관에는 화석이 정말 많았지요. 그곳에 전시된 자연광물들의 신기하고 아름다운 모습에 지구라는 별의 위대함을 느꼈습니다. 다연이는 마침 과학시간에 배우는 광석들을 만나게 되어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화석에 관심을 많은 것 같았어요.
곤충화석과 지렁이 화석 조개류의 화석 같은 것은 정말 신기했지요. 제 나름으로 아쉬운 것이었다면 석탄박물관이 석탄을 캐던 예전의 광부들의 모습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랄까요.
많은 애환을 간직한 갱의 모습이라든가 탄광의 모습을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탄광의 역사가 그 곳에 없더군요.

박물관을 나오자 마자 다연이는 아까 타다가 못탄 썰매를 타야 한다고 그곳으로 뛰어갔지요. 썰매는 1000원이었구요. 다연이는 비로소 즐겁게 썰매를 탔습니다. 저는 밀어주는 것도 힘이 들어서 구경만 했지요. 오빠랑 같이 왔으면 나름대로 즐거웠을텐데 혼자서 타려니 재미가 덜했던가 봅니다. 게다가 제가 기다리기가 지루해서 그만 타면 안될까? 하고 엄살을 부렸거든요. 그랬더니 조금있다가 그만 타겠다고 하지 뭡니까. 제가 계속 재밌냐고 물어보는 것도 부담스러웠을 테지요. 전 나쁜 엄마입니다.(ㅠ.ㅠ)

어쨌든 놀기에도 많이 지친 탓인지 그냥 산을 내려오기로 했습니다. 아직 시간은 11시 30분이었지만 우리는 다연이가 먹고싶다는 산채비빔밥을 점심으로 먹었습니다. 그리고 생각하니 부산으로 내려가는 기차가 2시 25분이어서 그만 가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실은 기대했던 대로 눈이 많이 쌓여있었다면 무리를 해서라도 어떻게든 밤차를 타려고 했는데 그러려면 기차를 몇번 갈아타야 할 지 모르는 고생을 감수해야 했기에 그냥 그만큼 즐겁게 지낸 것으로 만족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래도 마음속으로는 다연이에게 못내 미안하긴 했지요.

식사를 마친 후 짐을 잘 정돈해서 산을 내려오려고 하니 커다란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말하자면 버스도 없고 택시도 없고 산을 내려갈 아무런 방법이 없었던 거지요. 버스라고는 관광버스 뿐이었고 시내버스는 도저히 탈 수가 없을 만큼 사람이 많아서 포기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무작정 내려가는 사람들을 따라서 걸었습니다. 실은 새벽에 들어올 때에도 버스운행시간이 아니라서 택시를 탔었지요. 택시비는 1만5천원이었는데 부산에서 올라오는 교통비가 2만 5천여원 인걸 생각하면서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막막한 생각에 택시를 타고 싶었지만 수많은 관광버스로 인해 길이 막혀서 택시는 물론 승용차도 입장불가였습니다.

약 30분 쯤을 걸어내려와 시내로 들어가는 길목으로 나오니 그곳은 더 복잡했지요. 어쨌든 더이상 걸어갈 수 있는 길이 아니었기 때문에 우리는 과연 탈 수 있을지 의심이 되는 만원버스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가까스로 버스를 타고 시외버스 터미널에 와서 다시 기차역으로 가는 버스를 타야했지요. 기차역에 다다르니 그곳도 사람이 많기는 마찬가지 더군요. 겨우 좌석표 하나를 구해 다연이를 앉히고 저는 6시간을 입석으로 부산까지 내려왔습니다.

그런데 오는 길에 재미있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제가 계속 서서 내려오다가 울산을 지나면서 자리에 앉게 되어 잠시 잠이 들었는데 안내방송에서 좌천역입니다라고 하는 겁니다. 저는 잠결에 부산에 있는 좌천역이라 생각하고 여기서 내리면 집이 더 가깝다는 생각에 다연이를 데리고 무작정 서둘러 내렸습니다. 그런데 내리고 보니 부산이 아니더군요. 저는 아차 부산의 좌천역은 지하철밖에 없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하는 수 없이 역에 들어가 이 곳이 어디냐고 했더니 다행히 부산에서 가까운 일광 옆에 있는 좌천역이라고 합니다. 그제서야 제가 어디에 있는 건지 알겠더군요. 그 좌천역은 얼마전 부산시로 편입이 되었으니 제가 부산까지 가긴 간 것이죠 ㅎㅎ
다행히 한 시간 후에 부산역으로 가는 통일호 열차가 온다고 하여 다연이와 저는 대합실에서 한시간을 기다린 후에 기차를 탈 수가 있었습니다. 통일호 기차가 새로 단장을 해서 마치 지하철처럼 산뜻한 분위기였습니다. 통일호 기차를 타고 다연이가 그러더군요. 엄마. 이 기차를 타니까 좋은 점이 하나 있다.뭔데?아무도 우리를 자리에서 쫒아내지 않으니까 히히 ㅋㅋ올라갈 때도 좌석표가 없어서 입석을 타느라고 자리고생을 좀 했거든요.

다연이와 저의 눈꽃여행은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
기대만큼 신나는 여행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다연이와 저에게 잊지못할 추억이 될 것을 생각하니 정말 즐겁고 뜻깊은 여행이었다는 생각으로 새로운 하루를 시작합니다.

: 냉이 무침해 먹으려고 합니다.

: 솔뫼농원~뭐~하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