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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참관
올 들어 처음으로 사회참관을 다녀왔다. 사회참관이 뭐냐구? 장기수들을
가끔 가다 한 번씩 담 밖으로 데리고 가서 사회 구경을 시켜 주는 것이지.
안동에서 징역을 산 지 벌써 5년이 지나 웬만한 데는 다 가 보아 어떤 때는
갔던 곳을 또 가곤 하지.
오늘은 그동안 말로만 듣던 임하댐을 구경 갔다. 수몰 지구 논쟁으로
관심이 많던 곳이었는데, 과연 엄청난 공사였더군. 웬만한 산이 통째로
잠겨 버릴 정도였으니 그 깊이와 넓이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가더라.
저 아래가 전에는 청송 가는 도로였다는 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지.
완공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주변의 잔디밭에 벌건 흙이 내비치긴 하지만
안동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개발하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댐 공원이다.
댐 구경은 눈앞에 펼쳐진 넓은 호수와 그 너머 첩첩산중이 빚어내는 장쾌한
풍경을 한동안 바라보면 그만일 뿐, 우리는 뒤이어 우르르 몰려든 고등학교 단체
소풍객들에게 밀려 댐 아래로 내려갔다. 거기서 그냥 시내로 밥 먹으로 가려는 걸
담당자를 붙들고 풀밭에 앉아 조금만 쉬엄다리 하고 가자고 졸랐지. 내가 오늘
밖에 나온 최대의 목적을 수행키 위해서야.
모두들 차에서 내려 바람을 쐬고 있는 사이 나는 길바닥에서 나무 조각을 하나
주워들고 땅만 쳐다보며 부지런히 야생초를 캐기 시작했지. 요 며칠 가물어서
땅이 어찌나 단단한지 처음에는 캐는 족족 뿌리가 중간에서 똑 끊어지는 바람에
애를 먹었다. 그러다 풀숲에서 큼지막한 철근토막을 하나 주워 무식허니 푹푹 파 제껴
뿌리째 건져 올릴 수 있었다. 그동안 방안에서 틈만 나면 식물도감을 펼쳐 본 덕분에
웬만한 풀들은 꽤 낯이 익었건만, 전혀 보도 못한 풀을 만나게 되면 가슴이 설레는 게
꼭 길가다 예쁜 여자 만난 기분이다. 오늘 그곳 풀밭에서 만난 많은 야생초들 가운데
내 숨을 일시에 멎게 하는 귀요한 풀을 보았는데, 그 기품이나 초세가 온실에서 자라는
재배화초와는 비교도 되지 않더라구. 언젠가 마당 딸린 집을 갖게 된다면 이렇게
기품 어린 야생초를 모두 수집하여 근사한 화단을 꾸미겠노라는 생각이 들더구나.
나중에 도감을 찾아보니 이름이 고삼이더군. 미처 몇 뿌리 캐지도 않은 것 같은데
사람들이 밥 먹으러 가자고 재촉하는 바람에 아쉽게도 굽혔던 허리를 펴야만 했다.
방에 돌아와 대야에 담가 놓았으니 내일 아침 운동 나가서 화단에 심기만 하면 되는 거지.
아무쪼록 모두 되살아나야 할텐데.......
차를 타고 내려와 시내 중심가에서 돼지불고기를 반찬으로 양껏 저녁식사를 하고는
징역 들어와 처음으로 다방이란 델 들어가 커피도 한잔 얻어먹었다. 낯설기만 한 이 모든
풍경들 가운데 무엇보다도 가장 신기하고 눈에 띈 것은 여자들이 예쁘게 차려입고
팔랑팔랑 걸어다니는 모습이었다. 동물원에서 사자나 호랑이를 구경하듯 우리는
여자란 동물이 걸어다니는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불과 몇 분도 안되는 짧은
시간이었기 때문에 더욱 신기하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겨우 7년을 세상과 격리되어 산
사람이 이 정도라면, 무려 삼사십 년을 독방에서 지낸 사람들이 세상에 대해 갖는
두려움과 경이로움이 어떠할지 짐작할 수 있겠니?
선아, 오늘밤 자리에 누워, 내년엔 사회참관이 아니라 가족들의 손을 잡고 거리를
마음껏 활보하고 있는 나를 그려 보며 잠을 청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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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지 않아서 다행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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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초 편지 -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