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밤의 콘서트
심야의 합창. 모두들 잠든 고요한 밤에 기괴하게 울려 퍼지는 고양이들의 합창을 들어 본
일이 있니? 언제부터인가 이곳에 도둑고양이의 숫자가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밤만 되면
떼거리로 몰려다니면서 괴이한 합창을 해 대곤 하는 거야. 시간은 대체로 새벽 서너 시
사이의 깊이 잠든 새벽인지라 잠을 설치거나 하는 일은 드물지만 놈들 때문에 잠에서 일찍
깨어나는 경우가 허다하단다.
오늘도 마치 꿈속에서 들려오는 듯한 고양이 울음소리에 눈을 떠보니 놈들이 오늘 따라
사동 코앞에 자리를 잡고 합창 연습을 하고 있는 게야. 처음엔 잠을 더 자고 싶어서 애써
그 소리를 듣지 않으려 했으나 그러면 그럴수록 신경이 곤두서고 잠이 오지 않더라구.
이왕 깬 잠이니 그렇담 오늘은 놈들이 가까이서 질러 대는 소리인 만큼 한번 자세히 들어
보자 맘을 먹고 온 신경을 귀에다 집중시켰지. 사실 그 전에는 놈들의 합창이 저 멀리 어디
선가 마치 어린아이 울음처럼 들리는 정도였기 때문에 제대로 감상할 수 없었거든.
참으로 재미있는 게, 아무리 시끄러운 소리일지라도 그것과 자신을 일체화시켜 즐기다 보면
소음이 아니라 음악으로 들린다는 것이다. 사실 이 수법은 인도 명상법 중에 소음을 이용한
명상으로도 소개되어 있는 것이지. 마찬가지로 전에는 그저 시끄럽고 기분 나쁜 소음으로만
여겼던 고양이 울음소리가 오늘은 완벽한 음악으로 들리는 거야.
한 서너 마리쯤 될까? 일제히 자기 목소리로 울어대는데, 화음의 리드미컬한 전개나
멜로디의 고저 등을 보면 놈들이 화성악을 마스터했음이 틀림없지 싶더라구. 어쩌면
조화주인 자연께서 그런 화음이 울리도록 지휘했는지도 모르지. 마치 첼로처럼 득득
긁어 대는 놈, 바이올린처럼 고음을 지속적으로 내는 놈, 비올라처럼 새된 소리로 초치는
놈.... 게다가 놈들은 어찌나 변화무쌍하게 곡을 연주해 대는지, 잔잔히 흐르는 강물 같다
가도 갑작스레 솟구치는 폭포수가 되는가 하면, 여울목을 만난 듯 여러 놈이 미친 듯이
한꺼번에 질러 대기도 하고, 좌우간 놈들의 지휘자는 천의무봉한 실력자임이 틀림없어.
순찰 도는 경비원의 구둣발 소리를 들었는지 어쨌는지 돌연 합창을 멈추는데, 그 마지막에
허공을 찢는 듯한 괴성이 곡이 끝난 후에도 오랫동안 잔향으로 남아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데 무척이나 시간이 걸렸단다.
이렇듯 발호하는 고양이 무리를 남들은 어떻게 볼지 모르겠으나 나로서는 환영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놈들 덕분에 그 많던 쥐들이 쏙 들어가 버렸거든. 쥐들은 쥐 나름대로 귀여운
데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놈들은 내 농사를 망쳐 놓는 원흉인지라, 이런 망나니들을 쫓아 버린
고양이들이 어찌 고맙지 않겠니? 한 2년 전만 해도 이곳 안동교도소의 밤은 쥐들의 천국이었
다. 오후 다섯시가 되어 모든 철문들이 철컥하고 닫히기만 하면 이제부턴 내 세상이로구나
하며 쥐란 놈들이 사방에서 뛰쳐나오는 거야. 무료한 재소자들이 앞마당에 건빵이라도 몇 개
던져 주면 그것을 받아먹으려 일대 쟁탈전이 벌어지곤 했지. 놈들이 얼마나 많고 또 뻔질나게
드나들었으면 운동장 풀밭 사이에 오솔길이 다 생겼더라구. 놈들의 식성 또한 얼마나 게걸
스러운지 운동장에 있는 먹을 수 있는 것은 그냥 내버려 두는 법이 없어. 갓 올라온 채소의
싹은 물론, 거름하려고 땅속에 묻어 놓은 짬밥까지 다 파먹는 게야. 놈들이 그렇게 극성일 때
운동장 구석구석에 난 야생풀을 닥치는 대로 뜯어 먹고도 유행성출혈열에 걸리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란다.
그러나 지금은 고양이 세상. 정말이지 올해 들어 쥐새끼 한 마리 구경 못했다. 과연 고양이
앞에 쥐란 말이 맞기는 맞는 모양이다. 그런데 이렇게 쥐가 씨가 말라서는 자칫 생태계에
균열이 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드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쥐란 놈이 그리운 건
아니지만, 한 가지 동물만 설쳐 대고 돌아다니는 판이 왠지 내키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구나.
|
|
:
드뎌~~~ 솔로!!
:
지리산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