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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연이엄마 제목 : 야생초편지 -ㅡ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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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와 교도관




날씨가 무덥다. 장마라 하지만 하루 비 오고 하루 맑고 하니까 그래도 살 만하다. 특히

식물들은 하루가 다르게 뻗어 나가고 있다. 며칠 사이에 오이랑 호박이 많이 컸다. 특히

오이 하나는 팔뚝만 한 게 보기만 해도 탐스럽게 생겼다. 씨받이로 쓰기 위해 행여 일반수

들이 따갈까 봐 호박잎으로 싸서 위장해 두었단다. 키우는 자식이 있으면 다 걱정하기 마련

인가 보다. 매일 나가서 오이랑 호박 개수 세는 내 모습을 보니 웃음이 나온다. 아마 놀부가

매일같이 곳간 문 열어 놓고 점검하는 기분이 이랬을 것이다.



이왕 웃음이 나왔으니 오늘 사방 복도에서 겪은 재미있는 일을 하나 적어 볼까? 저녁 배식

이 시작되기 전 고즈넉한 오후였지. 방안에서 조용히 책을 읽고 있는데, 사방 소지(일본말

로 사동의 허드렛일을 하는 사람)가 새로 갈렸는지 담당 교도관의 취조심문 비슷한 소리가

문밖에서 들려왔다.



교도관 : 야, 너 뭐로 들어왔냐?

강 도 : 강도요.

교도관 : 너 칼 들었냐?

강 도 : 예, 하지만 칼 쓰는 경우는 별로 없어요.

교도관 : 야, 너 만약 집주인이 겁도 없이 "찔러, 찔러" 하면 어떻게 할 거야?

강 도 : 찔러야죠.

교도관 : 야, 만약 우리집에 강도가 들었다 하자. 이때 안다치고 돌려보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고?(아마도 교도관은 당사자로부터 어떤 노하우를 알아내고 싶었나 보다.)

강 도 : 말하기 전에 알아서 갖다 바치면 되죠.

교도관 : 에잇, 이 날강도야! (말소리와 동시에 머리통을 후려치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문밖에서 들려오는 이 개그 아닌 개그를 듣고 배를 움켜잡고 방바닥을 몇 번이나

굴렀단다. 나중엔 눈물이 다 나더라. 여기서 살다 보면 이런 촌철살인(寸鐵殺人)의

코미디가 때때로 걸려든다. 누가 각본을 짠 것도 아니고 누굴 웃기려고 일부러 하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웃기는 상황이 연출된다. 한번은 이런 이야기들을 모아 이담에 사회에 나가

얘기책을 만들면 잘 팔리겠다는 생각도 해 보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다 잊어 먹기

마련. 오늘은 우연히 편지를 쓰기 직전에 상황이 연출되는 바람에 이렇게 기록할 수 있었

단다.



 
 
 
 
  : 쑥 소식 반갑습니다.
  : 마이너스 클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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