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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花開半 酒微醉-
지금 우리 화단에 피어있는 꽃 중에 가장 화려한 절정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 여기 황금
이란 풀이다. 꽃 하나만 놓고 보면 현호색과 닮았다. 마치 도날드덕의 얼굴처럼 생긴 보랏빛
꽃이 두 줄로 차례로 피는데, 만개한 것도 볼 만하지만 아직 덜 핀 꽃망울을 들여다보는 게
더욱 아취가 있지. 화개반 주미취(花開半 酒微醉)란 말 들어 보았는지? "꽃은 반쯤 피었을
때가 보기 좋고, 술은 약간 취했을 때가 기분이 좋다."라는 뜻인데, 나는 황금꽃을 관찰하면
서 이 한자말의 의미를 진심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림에는 미처 다 표현하지 못했는데, 덜 핀 꽃망울들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강아지
를 어르고 놀 때 바짝 들어 올린 발처럼 앙증스럽다. 고런 것이 두 개씩 쪼르르 나 있으니
영락없이 귀염 떠는 강아지 발이 아니고 무엇이겠니? 이렇게 귀염을 다 떨고 나면 이제 퍼런
오리새끼 얼굴이 되어 꽃밭을 온통 뒤덮는다. 황금이란 놈은 워낙 수세(樹勢)가 좋아 촉을
계속 쳐 주면 거의 한아름 될 정도로 가지를 친다. 그 한아름 되는 수관 위로 빽빽이 고개를
내밀고 꽥꽥대는 퍼런 오리새끼들을 한번 생각해 보아라. 시끄럽다구? 천만에. 아주 조용하
다. 그야말로 소리 없는 아우성이지. 그런데 이놈들은 힘이 없어서 하루 정도 지나 해가 높이
뜨면 아래쪽에 붙은 꽃들부터 시들시들하다가 하나씩 땅에 떨어진다. 꽃이 떨어진 자리엔
바로 반달처럼 생긴 씨방이 자라기 시작한다.
황금이란 이름은 꽃이 아니라 이 풀의 뿌리에서 비롯된 것이다. 뿌리 색깔이 황금빛으로
노랗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단다. 실제로 그런지 어떤지 궁금하던 차에 맨 처음 밖에서
옮겨 심은 놈이 한 3년 되니까 저절로 죽길래 뿌리를 파 보니 정말로 샛노랗더라구.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니? 꽃이 이렇게 희한하고 풍성한데도 사람 눈에 보이지 않는 뿌리를 들어
이름을 붙이다니. 그 이유는 이놈의 뿌리가 한방에서 아주 요긴하게 쓰이는 약재이기 때문
이다. 황금은 특별히 그 뿌리만을 약재로 쓰는데 적용 범위가 아주 넓다. 책에 보면 발열,
고혈압, 동맥경화, 담낭염, 황달, 위염, 장염, 가슴이나 겨드랑이 밑이 답답할 때 등등에
쓰인다고 하는데, 이것 말고도 한 두어 줄은 적을 만큼 듣는 데가 많은 모양이야. 옆방의
이 선생님께서 고혈압에 동맥경화가 있으므로 올해는 이놈 뿌리를 좀 캐다가 말려서 한번
달여 드려야겠다. 지금 우리 화단엔 2년생짜리가 제법 위세 좋게 자라고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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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국장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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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기우려 들어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