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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까치깨
-연약하면서 끈질긴 풀-
오늘이 8월의 마지막 날. 내일이면 마치 가을이 시작될 것만 같은 기분이다. 허나 날씨는
여전히 후덥지근. 혹시 수까치깨라는 풀 이름 들어 보았는지? 여기 그린 풀의 이름이다.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까치랑 깨하고는 인연이 없는 것 같은데 어째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모르겠다. 이 풀은 아주 여성적이라고 할까? 잎 전체에 아기의 귓볼에 나 있는 것 같은 솜털
이 뒤덮여 있어 만지면 아주 부드럽다. 수줍다는 것은 꽃 때문이다. 쬐꼬만 노란 꽃이 담담
하게 이파리 위로 나 있는 것이 아니라 이파리 뒤에 수줍은 듯이 나 있기 때문이지. 꽃이
지고 나면 마치 녹두 열매처럼 길다란 것이 자란다. 이 수까치깨는 장준근 씨의 <몸에 좋은
산야초>에는 나오지 않지만, 나는 맛이 순하고 담백하여 자주 따 먹는다. 풀 모양이 순하게
생겼듯이 날로 그냥 막 씹어 보아도 전혀 비린내가 나질 않아 모듬야생초무침을 해 먹을 때
분량 채우기에는 안성맞춤이지. 그런데 이놈은 좀 이상한 특성이 하나 있다. 이놈은 주변
환경이 아주 안 좋거나 뿌리가 일부 들렸거나 하여 몸에 이상이 오면 수평으로 나 있는 잎사
귀를 수직으로 내려뜨려서 모두 땅으로 향하게 한다. 이놈을 최초로 옮겨 올 때 그랬다.
3년 전 임하댐으로 사회참관 갔었을 때, 댐 앞에 조성해 놓은 잔디 공원에서 잠시 쉬었더랬
다. 그 잔디 공원은 조성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잔디 사이에 벌건 흙이 볼썽사납게 드러나
있었고, 군데군데 알지 못할 야생초들이 돋아나 있었다. 아직 봄인지라 모두들 겨우 한 뼘
될까 할 정도의 어린 풀들이었지. 공원 관리소에서는 인근 지역의 아줌마들을 고용하여
잔디밭에 난 잡풀을 뽑아 내게 하고 있었다. 내 앞 저쪽에도 아줌마 두 분이 호미를 들고
열심히 뽑고 있길래 저 아주머니들이 예까지 오기 전에 얼른 건지자 하고 나도 쇳조각을 하나
주워들고 달겨들었다. 남들은 벤치에 앉아 사이다 마시고 있는데 나는 땀을 찔찔 흘리며 풀
이나 뽑고 있었던 거지. 이날 옮겨 온 것 중 지금까지 자라고 있는 것이 여럿 있다. 수까치께
도 그중 하나인데 (물론 그땐 이름도 몰랐음) 처음부터 잎사귀들이 모두 땅을 향하고 있기에
참 이상한 풀이로구나 했지. 교도소로 돌아와 운동잔에 옮겨 심고도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그런 상태로 있길래 원래 그렇게 생겨 먹은 풀인 줄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한 두 달 정도
지나 뿌리가 완전히 정착을 하고 비도 몇 번 맞고 나니까 잎이 수평으로 서는 것이었다.
지금도 이놈은 뿌리나 줄기에 상처를 입으면 잎사귀를 축 늘어뜨린다. 보통 풀보다 훨씬
느리게 원상회복 되는 것으로 보아 상당히 연약한 풀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기
쉽지만, 어떻게 보면 그렇지도 않다. 일년초인 이놈은 생존경쟁이 극심한 그 좁은 화단에서
어떻게든 뿌리를 내리고 한여름이 되면 여기저기 어김없이 얼굴을 내밀기 때문이지.
연약하면서 끈질긴 풀, 수까치깨는 그야말로 은근과 끈기의 우리나라 야생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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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초편지 - 40 (마지막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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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빈대 와 쇠비름은 다른 식물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