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런 오월
제법 봄볕이 따갑다.
맑고 여린 푸르른 산에는 하~얀 아카시아꽃이 탐스럽게 피고
살랑 살랑 봄바람에 달콤한 아카시아 향이 식욕을 자극한다.
자 이제
농부가 되어야지
어제 장터에서 사 온 여러가지 모종을 텃밭에 심어야 한다.
남편은 텃밭을 일구고 도톰하게 두둑을 만들며 연실 땀을 흘린다. 작년 농사가 생각 난다.
텃밭에 흙을 두둑하게 해야 하는데 너무 힘들어서 그냥 대충 심었더니
역시나 쥐방울만한 고구마가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작년의 실패를 거름삼아 기초가 되는 텃밭 일구는데 정성을 기우렸다.
군데 군데 작년 늦가을에 뿌렸던 알타리무가 손바닥크기로 올라왔고 노란 꽃이 핀 배추
하얀 솜방망이를 이고 있는 파를 보며 우린 신기해 했다.
그들의 모습이 너무 예뻐서 그냥 밭에 두기로 했다.
그 이방인들이 다칠까 조심 조심하며 밭을 일구었다.
제법 두둑해진 밭에 고구마 순을 하나 하나 심고 있는데
이웃 그린농장 아저씨께서 내려 오셨다.
끙끙 거리며 어설픈 농부의 모습이 우스웠는지 직접 호미를 잡으시고 능숙한 솜씨로 시범을 보이셨다.
그 분의 특강 덕분에 한나절 걸릴 고구마 순을 손 쉽게 심을 수 있었다.
고추를 심을 땐 까만 비닐을 밭에 덧 씌우고 그 위에 구멍을 내어 고추와 피망 오이 가지를 심었다.
까만 비닐이 고정되도록 가상자리에 흙을 덮어 주고 물과 사랑을 흠뻑 주었다.
그리고 기도를 했다.
부디 비를 내려 주셔서 이들이 목마르지 않게 도와 주세요...
아픈 허리를 쭈욱펴고 먼 발치에서 우리의 작품을 바라 보았다.
제법 밭의 모양새가 되었다.
신기하고 뿌듯하다.
우린 계곡 옆 정자에서 맛있는 식사를 하며 다음주엔 저 빈자리에 매운고추와 감자를 심기로 했다.
땀을 흘리고 먹는 밥맛이 꿀맛이다.
아카시아꽃에 달콤한 향기를 마시며 드넓은 논과 밭에 싱싱한 농작물을 보았다.
저 넓은 논과 밭을 위해 땀 흘리시고 애쓰시는 농부님들이 존경스럽다.
로사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