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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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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자. |
제목 : |
향기를 담은 여자... |
조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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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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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막내 아가와 재미 나게 산다고 도통 시간이 없네요. 어찌나 재미난지... 막내 종강하면 여행가려고 합니다. 밥은 남편과 아들녀석에게 하라고 명령하고...
여기 좋은 생각중에서 참 인상 깊은 글이 있어서 보냅니다. 안해님 읽어시고 그동안이나마 쉬세요. 저 혼자 행복에 젖어 있는 것 같아 죄송하네요.
(향기를 담은 여자)
우리 식구 네 명 가운데 우리 엄마만 휴대전화가 없다. 엊그제부터인가 엄마는 휴대전화를사야겠다며 단말기 가격과 가입비 등 여러 가지 조사를 하고 다니셨다.
마지막으로 아빠를 어렵지 않게 꼬셔 내드디어 어제 엄마는 휴대전화기를 장만하셨다. 엄마는 30분 뒤에 켜서 사용하면 된다는 말을 곧이곧대로믿으시고는 정말 딱 30분이 지나자 휴대폰을 켰다.
그런데 아직 개통이 안 되어 있자 크게 실망하는 눈치였다. 50분쯤 지났을까 드디어 엄마 전화기 벨이 울리기 시작했고 엄마는 흐뭇해하셨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도엄마는 휴대전화기를 꼭 쥐고 무릎 위에 설명서를 올려놓고는 사용방법 익히기에 열심이셨다. 다음날 아침에도 평소같았으면 아침뉴스를 졸면서 보셨을 엄마가 반짝이는 눈으로 문자연습에 빠져 계셨다.
저녁에 집에 들어왔더니나를 보자마자 문자메시지 보는 방법을 물어오셨다. 열어 보니 총 세 개의 메시지가 와 있었는데, 모두 동생이보낸 문자였다. 난 차근차근 설명하면서 편지함을 열었다.
오전 11시에 동생이 보낸 문자였다. 내가 열어 드린문자메시지 창을 한참 동안 뚫어져라 바라보시는 엄마를 보며 그거 궁금해 저녁밥은 어찌 지으셨을까 빙그레 웃음이났다. 저녁 설거지를 마치고 엄마는 또 휴대전화기를 만지작거리고 계셨다.
그런 엄마의 모습을 보며 가슴한켠이 짠해 왔다. 항상 좋은 것은 아버지와 우리들에게 먼저 내미시는 엄마. 그래서 조금은 궁상맞아 보일 때도종종 있었지만, 전에는 부모는 원래 다 그렇게 하는가 보다 하고 생각했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닭고기중에서 목 부분을 좋아하는 사람은 모든 엄마들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도 난 참으로 부끄럽고 죄송했다. 이것이 철이든다는 느낌일까.
어제 우리집에 들어온 신참내기 휴대전화가 나를 한 치 더 자라게 만들어 준 듯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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