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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그랬던 것 같다. 큰 행사를 앞두고 기도하며 열심히 준비할 때 이상하게 일이 꼬이고, 황당한 일이 생기곤 했다. 어쩔 땐 우리 부부가 언성을 높이며 의견 충돌을 일으키기도 하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터지곤 했다. 그럴 때는 포기라는 단어가 떠오르곤 했지만, 포기라는 것은 배추를 셀 때나 쓰는 단어라고 생각을 했다.
작년 여름에는 소록도 봉사를 다녀와서 소록도 난방비 마련 자선음악회를 준비하는데 아내가 갑자기 아팠다. 평생 병원에 간 기억은 딸내미 낳을 때 병원 간 것 말고는 없을 정도로 건강했다. 건강한 몸으로 내가 하는 사역에 큰 힘이 되어 주었었는데 배가 아프다며 식은땀을 흘리다가 아주대 병원 응급실로 실려 갔었다. 급성 췌장염이었다. 조금만 늦었어도 창자가 다 녹을 뻔 했다는 말에 췌장염을 소홀하게 대했단 큰일 난다는 것도 알았었다. 췌장염 수술 후 일주일 만에 담낭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덕분에 고추밭에 고추는 약을 치지 못해 100근 정도밖에 따지 못했었다.
아내가 수술을 받고 나서 갑자기 내 배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부부는 닮는 다고 하던데 별걸 다 닮아간다고 생각했다. 배꼽 아래에 고름주머니가 발견되고 시티 촬영결과 알 수 없는 것이 발견되었다고 하니 불길한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덕분에 생애 처음으로 유언장도 써보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었다. 내 수술까지 잘 맟고 우리 부부는 작년 여름을 병원에서 보내며 피서를 즐기게 되었었다.
올해 여름에는 250여명의 봉사자를 인솔하여 소록도에 가야한다. 많은 인원이 가기에 준비할 것도 많았다. 짐이 너무 많아서 며칠 전에 아내와 함께 소록도에 미리 짐을 가져다 놓고 왔었다. 소록도 한센씨 병자들께 봉사 갈 준비에 바쁜 요즘, 갑자기 우리 부부의 몸에 이상이 생겼다. 나는 한 달 전부터 머리가 아파왔다. 머리가 아플 때면 어김없이 헛구역질까지 하게 되는 것이다. 병원에 가면 당장 입원하라고 할 것 같아 펜잘을 몇 알씩 먹으며 보내고 있었다. 병원에 가라고 하면 소록도 봉사를 마치고 와서 가겠다고 했었다.
그런데 아내가 갑자기 배를 움켜쥐고 아프다고 하더니 토하며, 화장실을 자주 들락거렸다. 그러더니 하루에 20번 이상을 화장실에 다닌다. 물만 먹어도 토하고 설사하고……. 첫날은 집에서 견디다가 두 번째 날부터는 잘 아는 동네 의원으로 갔다. 수액을 맞고 주사를 맞았다. 나도 덩달아 머리에 침을 맞았다. 신기하게 머리가 개운해진다. 다음날도 의원에 가서 아내는 링거를 나는 침을 맞았다. 나는 침을 맞고 머리가 많이 좋아졌는데 아내는 마찬가지였다. 별이야 님이 소식을 듣고 멀리서 찾아와 지압부터 마사지, 열손가락에서 피를 뽑아 주신다. 식이요법에 필요한 약도 가져오셔서 먹게 했다. 그날은 차도가 있는 듯 했다.
자정이 넘으니 여전히 고통스러워한다. 결국 아침 일찍 동생 차를 타고 아주대 병원 응급실로 입원을 했다. 링거를 3개 달아 놓고, 근육주사 맞고 약도 먹는다. 하루 종일 응급실에서 지내다 저녁에야 집으로 돌아왔다.
큰 행사를 앞두고 일어나는 일들을 생각해 본다. 어떤 상황이라도 침착하게 대처를 하면 쉽게 풀릴 수 있는 일도, 당황하거나 크게 판단을 하고 행동을 하다보면 결국은 일을 망치게 된다는 경험을 한다. 이제 고비를 넘겼으니 며칠 남지 않는 소록도 봉사도 잘 마칠 수 있을 것이고, 올 여름도 소중한 추억을 만들게 될 것이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즐거운 마음으로 하는 것 참 중요하다.
2005. 7. 25
-나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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