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아리에 닫는 바람이 서늘한 초가을 녁 꼬맹이와 나는 도로변 솔나무 숲에서 엄마 아빠 소곱놀이에 열중하였다. "어보야 밥 다 ?나? " "아직 아니 됐십더? " "그래 그럼 내는 저기 다놀 올끼마 " 그리곤 꼬맹이가 흙 반죽을 만드는 모습을 보며 동네가 보이는 언덕으로 뛰어 올라 갔다. 먼 발치에는 논뚜렁이 펼쳐보이고, 소 쟁기하는 어느 아저씨의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더 멀리는 공장의 높은 굴뚝 연기가 보였다. 왠지 이런 모습을 앞으로 볼 수 없을 것 같은 불안한 마음이 작은 가슴을 아프겠하는 것 같았다.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풀을 한 움쿰씩 뽐았다가, 하늘로 날이기를 수차례... 하늘로 던진 풀입이 바람에 실려 날리는 모습이 나의 마음을 대신하는 것 같았다. "인자 내일이면 이 짓도 못할 것 같은데..." 작은 언덕아래에서 내려다보는 꼬맹이의 손놀림이 괜히 안쓰러워 보였다. 그렇게 꼬맹이를 한동안 보았다. 꼬맹이도 내가 자기를 보고 있는 것을 느꼈는지, 나를 보면서 작은 입으로 함박웃음을 보여 주였다. "여보야 밥 다됐다" "그래 다 됐나?" 언덕을 미끄러 지듣이 내달았다. 꼬맹이 앞에 털썩 앉아 " 보자 " 꼬맹이는 나무 숫깔로 돌에 얻은 흙밥을 퍼서 내입으로 먹이는 신융을 하였다. 그런 모습이 오늘만은 아니였는데, 괜히 짜증이 났다. " 여보야, 맛있나? " " 맛 엄다 " 꼬맹이는 말이 없었다. 나는 무안해 하는 꼬맹이를 무덤덤이 바라고만 있었다. 꼬맹이는 치마 주머니에서 공책 종이로 싼 무언가를 꺼내기 시작했다. " 그게 뭔데?" "니 줄라꼬 내가 갖고 않나왔나" 꼬맹이의 작은 손에 펼쳐진 공책종이 안에는 동그랑땡 과자 두 개가 있었다. 맏은편 손으로 그동안 정성을 드리던 흙 밥과 돌들을 가만히 밀치고 있었다. " 따라 오니라" 그리고는 꼬맹이 손을 잡고 작은 언덕으로 다시 올라갔다. 꼬맹이는 동그랑땡 과자를 여러개로 부수고 그중 하나를 나에게 주었다. 내가 과자를 받아먹는 모습을 본 후 그제서야 꼬맹이도 과자를 먹었다. 무슨 맛인지는 모르지만 그저 꼬맹이가 주는 과자이기에 먹고 있었다. 조금 전 과 같이 나는 풀을 또 뜯어 날리고 있었다. 꼬맹이는 치마를 괴어 쪼그려 앉아 나의 풀뜯기를 보고만 있었다. 간간이 꼬맹이도 한 두개의 풀을 뜯고 있었다. 풀뜯기를 하던중 문득 하얀 줄기꽃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곤 언덕아래로 내려가서 줄기꽃을 꺽었다. 꼬맹이는 계속 나의 행동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줄기꽃의 줄기를 동그랗게 말았다, 그리고 끊어지지 않게 묶었다. "손 내나봐라" 꼬맹이는 작은 손을 나에게 주었다. 묶음이 좀 켰는지 엄지 손까락에 맞을 만치였다. 엄지에 끼워준 꽃반지를 보고 꼬맹이는 연신 웃을을 지어 나에게 보여 주었다. "참 이쁘다, 그치?" "그래 이쁘다" 동네 집집마다 굴뚝에서 연기가 피워 오르기 시작할 무렵. 굴뚝의 연기 내음이 나의 코까지 다가왔음을 맏을 수 있었다. 그제서야 꼬맹이는 고개를 떨구며 나에게 말을 걸었다. "언제 가는데?" 나는 말이 없었다. "응, 언제 가는데?" "내일 간다" 꼬맹이는 계속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나도 꼬맹이의 마음을 안다. "가자" 자리에서 일어서려 하지 않는 꼬맹이를 제촉 했다. 언덕을 내려오면서 뒤쳐진 꼬맹이를 눈으로 재촉했다. 잠시 후 꼬맹이나 나란히 걸으면서 아까 만들어준 꽃반지를 만지작 만지작 거리는 꼬맹이의 손을 보았다. 꼬맹이는 계속 말없이 고개을 숙인체 걸어가고 있었다. 집앞 대문에 다다을 무렵 어머니의 목소리와 옆집 아주머니 의 목소리가 담 넘어로 들려오고 있었다. "나 들러간다" 말 한마디 하고는 집안으로 들어와 쌓아 놓은 짐을 마당 한 곁으로 옴겼다. 대문 틈에 반쯤 얼굴을 내밀고 나을 쳐다보고 있는 꼬맹이를 볼 수 있었다. 잠시 후 짐을 옴기다, 다시 대문가를 보았을땐 꼬맹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대문 밖을 보고 싶었다, 꼬맹이가 아직도 있는지를... 이른 아침, 굵은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아버진 어제 옴겨 놓은 세간을 살피고 계셨다. 간촐한 아침을 먹고는 있었지만 왠지 마음이 편하지 못했다. 아침상을 어머니가 우물가에서 씻는 도중에 큰 파란 트럭이 마당으로 들어왔다. 운전사 아저씨와 아버지는 짐을 트럭에 실었고, 검고 큰 고무 밧줄로 꽁꽁 묶었다. 어름이면 형보다 먼저 자리를 차지하려고 했던 맨질 맨질한 마루를 손으로 밀고 있었다. 잠시 후 트럭이 "부르릉" 하는 시동소리가 들려 왔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무언가를 얘기하고 계셨다. 형과 동생은 벌써 트럭에 올라앉아 트럭 의자에서 털썩 털썩 엉덩방아를 ?고 있었다. 어머니가 나에게로 와서 먼지 묻은 못을 털어 주었다. "가자" 난 형이 있는 자리에 다가가서 앉았다. 트럭의 진동과 함께 트럭은 뒤로 움직였다. 아버지는 트럭 뒤에서 손짓으로 골목을 빠져나올때가지 트럭에 타지 않으셨다. 아버지까지 트럭에 타셨을 때 트럭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골목을 빠져 나올 때 쯤 햇쌀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었다. 난 트럭 창문 넘어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꼬맹이가 보였다. 어머니가 꼬맹이 쪽으로 나의 시선을 안내하였다. 단발머리 작은 꼬맹이는 트럭에 앉아 있는 나를 보고 있었다. 나도 꼬맹이를 보고 있었다. 트럭이 꼬맹이 옆을 지날 무렵 꼬맹이 손에 있는 시든 꽃반지를 보았다. 지나쳐 버리는 꼬맹이와는 아무런 말을 할 수 가 없었다. 큰 길을 접어들고, 고속도로에 접어 들 때까지 꼬맹의 시든 꽃반지를 잊을 수 없었다. 태풍피해는 없는지요. 생각나는 글이기에 적어봅니다. 장마철에 건강유의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