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밤은 짙은 구름이 낮게 깔렸습니다. 칠흙 같은 어둠으로 눈이 나쁜 저는 앞을 분간할수도 없죠. 안해는 거실 한켠에 앉아 연신 제채기를 하면서 고추를 다듬고 있습니다. 조용히 앉아서 익숙한 손놀림으로 고추다듬는 가위질 소리만 사각 사각 들려옵니다. 아내의 일에 별반 도움을 주질 못하는 못난 지아비는 평소에 그냥 피우던 담배 를 미안한 맘에서 한까치를 뽑아 현관 으로 나섰습니다. 칠흙 같은 어둠...... 담배 한대 불을 부치니.. 어둠속에서 반디불이가 성급히 달려옵니다. 뻐끔뻐끔 피우는 불을 보고 착각을 한게지요. 어둠속에서 친구로 착각하고 달려오는 반딧불이...그리고 이름모를 풀벌레들의 합창.... 문득 소암님이 좋아하시는 시골의 전형적인 모습이 아닐까? 하고 생각 해 봅니다. 바쁠수록 쉬면서 웃고 해라는 소암님의 깊은 뜻을 생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