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밑씻개 - 며느리년 똥 눌 때나 걸려들지 - 오늘 그린(그림을 못 올려서 죄송..) 이 풀꽃의 이름이 뭔지 아니? 이 나라 산야에 흔하게 자라나는 한해살이풀이지. 보다시피 줄기와 잎 뒷면에 가시가 촘촘히 나 있어 덩굴로 자라면서 쉽게 다른 물건을 잡아당길 수 있다. 덩굴이 닭의 덩굴이나 박주가리 덩굴처럼 몇 미터씩 뻗는 것은 아니고, 기껏해야 2미터 정도? 마디 마다 둥그런 잎턱이 달려 있어 마치 에이프런을 둘러 입은 여중생 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 나는 가시가 돋친 식물은 싫어하지만, 이 꽃만큼은 왠지 자꾸 보듬어 주고 싶고 정이 가는구나. 잎턱도 귀엽지만, 앙증스럽게 난 꽃 때문인 것 같아. 꽃이 활짝 피면 꽃 끝이 분홍색으로 발그레한 작은 꽃 서너 개가 조그마한 꽃대에 한꺼번에 달린단다. 꼭 도라지꽃을 10분의 1 정도로 축소해 놓은 것 같지. 그 기다란 꽃대와 귀엽고 작은 발그레한 꽃을 보면 네 모습이 떠오른다. 가시를 보면 너의 그 깐깐한 성미가 생각나고.... 몇 달 전 사회참관 나갔을 때 임하댐 언저리에서 발견해서 한포기 뽑아와 옮겨 심은 것이지. 그동안 심술궂은 재소자들이 몇 번이나 뿌리를 뽑고 줄기를 동강내도 끊어진 자리를 땅에 꽂아 놓으면 억척스럽게 뿌리를 내리고 되살아나더라구. 아주 끈질긴 풀이야. 그만 설명하고 이름이나 가르쳐 달라고? (이제 이만큼 궁금증을 풀어 주었으니 이름을 가르쳐 주지.) 며느리밑씻개. 이름이 좀 숭칙하다구? 너를 연상한 이 풀꽃의 이름이 좀 고상했으면 좋으련만, 어쩌겠나? 우리 조상님들이 그렇게 붙인 걸. 내가 가지고 있는 도감의 설명만으론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도무지 헤아릴 길이 없다. 도감을 들춰 보면 며느리 字 붙는 풀 이름이 이것 말고도 세 가지나 더 있더구나. 며느리배꼽, 며느리주머니, 풀 이름은 없는거야. 이는 필시 시어미나 시어미에게 동조하는 사람들이 붙인 이름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통적으로 시어미와 며느리 사이의 불편한 관계가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낸 것처럼, 이 꽃도 그 모양을 잘 살펴보면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그 이유를 짐작할 만도 하다. 즉, 하루는 시어미가 밭을 메다가 갑자기 뒤가 마려워 밭두렁 근처에 주저앉아 일을 보았겄다. 일을 마치고 뒷마무리를 하려고 옆에 뻗어 나 있는 애호박잎을 덮석 잡아 뜯었는데, 아얏! 하고 따가워서 손을 펴 보니 이와 같이 생긴 놈이 호박잎 과 함께 잡힌 게야. 뒤처리를 다 끝낸 시어미가 속으로 꿍얼거리며 하는 말이 "저놈의 풀이 꼴 보기 싫은 며느리년 똥 눌 때에나 걸려들지 하필이면 ...." 해서 며느리밑씻개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이야기가 경상북도 안동군 풍산읍 상리에서 전해 내려오고 있다네그려. 어때, 그럴듯하니? 그리고 이 그림은 내가 도감을 보고 그린 것이 아니라 운동시간에 종이를 들고 나가 화단 곁에 쭈그리고 앉아 땀을 뻘뻘 흘리며 직접 보고 그린 것이다. 노고를 좀 치하해 주길 바란다. ----------------------------------------------------------- 오늘은 그림을 올리지 못하는 것이 정말 죄송한 날입니다 작가가 그린 그림을 같이 올려드려야 더 실제 내용이 충실히 전달될 터인데... 저는 어렸을 때 뒷동산에 올라가면 아이들과 시영이라는 풀을 뜯어먹곤 한 적이 있었는데 독특한 신맛이 나는 풀이 작가가 그린 그 풀 (며느리밑씻개)이 아닌가 싶네요. 어렸을 때는 풀에서 신맛이 나서 시영이라고 하는구나 하고 생각했었는데 그 풀이 그 풀인지는 잘 알 수 없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