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풀 -고 작은 털북숭이 속에 코딱지만한 벌레들이 왜 그리도 많은지- 지금 여기 그려져 있는 강아지풀은 아주 운이 좋은 놈이다. 낮에 이불 털러 뒷마당에 가 보니 한쪽 구석에 강아지풀이 무성하게 나 있더라구. 며칠 장마비를 맞고 부쩍 큰 모양이야. 한참 담요를 털고 있는데 담 너머 저쪽에서 "드르륵 드르륵"하고 삽으로 땅을 긁는 소리가 나는 거야. 볼 것도 없이 내 사랑하는 풀들의 원쑤, 청소원들이 작업하러 오는 소리지. 하여간 이 친구들 땜에, 하기사 이들 역시 하기 싫은 걸 소에서 시키는 대로 억지로 하고 있는 데 지나지 않지만, 운동장에 풀이 제대로 남아 있질 못해. 풀이 조금 자랄 듯하면 탁 엎어 버리고 쑥 뽑아 버리고 하니, 이곳 풀들은 제대로 자라기도 전에 꽃부터 피우려고 아우성이지. 그래도 장마 덕분에 참비름은 두 번이나 뜯어 먹었는데, 쇠비름은 앗차, 하는 사이에 청소원들이 엎어 버려서 맛도 못 보았어. 하여간 우리 소장 님은 무슨 결벽증이라도 있는지 땅에 풀 한 포기라도 나는 게 싫은가 봐. 지금 이 강아지 풀로 말할 것 같으면, 그들이 오기 전에 하나라도 살려보고 싶은 마음에 뽑아 와서 요리 조리 살펴보다가 이렇게 그림으로 남은 거란다. 그러는 동안 이놈의 동료들은 무참히 땅에 쓰러지고 말았지. 담요를 털러 나가서 이놈이 보이면 어릴 적 생각이 나서 윗대가리를 똑 꺾어 반쯤 갈라서 는 콧수염을 해 달고 방에 들어온단다. 그러구 한참 있다 보면 콧구멍이 간질간질해지지. 이상해서 떼어 보면 고 작은 털북숭이 속에 코딱지만 한 벌레들이 왜 그리도 많은지. 참으로 이 세상은 무궁무진하다. 메마른 땅위에 멋대로 자란 이 작은 강아지풀 속에 살고 있는 온갖 작은 벌레와 균들을 생각하면, 이 우주가 극소에서 극대에 이르기까지 존재의 대향연장이 아닌가 싶다. 그중 우리 인간이 한가운데서 중간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크기로 보나 숫자로 보나 말이야. 존재의 평형추로서의 인간! 장구한 진화의 역사 속에서 어쩌다보니 인간이 그러한 위치에 서게 된 걸까? 우연의 역사를 주장하는 자크 모노라면 그렇게 생각하겠지. 하지만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정반대로 설명하지. 세상만물을 창조하신 하느님이 이들을 다스리고 관리할 주인으로서 인간을 만들었다고. 결국 하느님은 우리 인간에게 평형추의 개념을 불어넣어 주신 거야. 하지만 그 후 인간의 역사는 어떠했던가? 존재들 사이에 평형을 유지하기는커녕 서로 잘났다고 싸우고, 죽이고, 파괴하면서 오히려 존재들 사이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중이다. 지금 우리 인간들의 어리석음이 어느 정도인가 하면, 자신이 몸담고 있는 지구 위의 생물들을 멸종시켜 가면서 엉뚱하게도 다른 혹성에서 생물을 발견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 그 좋은 자기집 안방을 내놓고 남의 집 문간방을 찾아 나서는 격이지. 성서에서는 이를 원죄로 설명한다. 이 원죄의 역사 위에 인간 개개인의 죄가 보태지고 누적되고 팽창되어 오늘날 흔히 말하는 카오스상태에 이르게 되었다는 거지. 이천 년 전 예수님이 사셨을 때의 상황도 비슷했던 모양이야. 그때 예수님이 돌아 가시기 직전까지 외치신 주된 요지가 무엇이었을까? 결국, "너희들 그렇게 나가다간 다 망한다. 어서 회개하고 하느님이 너희를 만드신 창조의 목적을 기억하라. 평형감각을 되찾으라!" 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예수님 돌아가시고 나서 이천 년 후에 이런 상황을 또 맞이하고 보니,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그동안 예수님을 팔아 딴 짓만 하고 돌아다닌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근대 이후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지금의 이 파멸적인 문명의 확산에 기독교인들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지금에 와서 특별한 처방이 있을 리가 없다. 이천 년 전 예수님의 가르침을 올바로 실천하는 것 외엔. "평형 감각을 되찾으라!" 예수님이 직접 하신 말씀은 아니지만, 나로서는 복음서를 읽고나면 꼭 이 말이 가슴속에 남는다. 그런 의미에서 21세기에는 기독교 문화가 아시아에서 새롭게 꽃필 거라는 생각이 든다. 평형감각에 대한 전통이 가장 훌륭하게 보존되어 있는 지역이 바로 아시아, 특히 동양이거든. 오늘 내가 강아지풀에서 평형 감각을 발견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강아지풀로 콧수염 을 해 달려면 손톱을 세워서 줄기를 반토막 내는 것에서부터 코에 붙이는 데까지 정밀한 평형감각이 필요하거든. 너도 당장에 밖에 나가 강아지풀을 꺾어 콧수염을 해 달아 보아라. 아마 새로운 느낌이 들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