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설마 하던 일이 일어나고 말았군요. 점심 시간에 식당에서 다른 동료 선생님이 급하게 전하는 말씀이 "탄핵이 가결되었다고..." 그 말을 듣는 순간 전 숟가락을 내려 놓았습니다. 그리고 급히 제가 근무하는 교재연구실로 올라가서 TV를 틀었습니다. 순간 눈 앞이 캄캄해지는 장면들이 연속적으로 방영되고 있었습니다. 마음을 정리하려고 했는데 도저히 울분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오후 수업에 들어가기 싫었습니다. 내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이...정신적 패닉이 밀려오고 말았습니다. 겨우 수업은 진행하였지요.애들에게 어떻한 애기를 해야할지 저 자신도 정리가 되지 않아 정말 힘든 한 시간이었습니다. 다시 제 자리에 앉아서 지난 시간들을 생각하여 보았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다니던 때에 광주의 아픔이 있었고, 대학에 입학해서는 수업보다는 휴교 일수가 더 많았던 때, 또 군대에 가서는 후배들이 데모한다는 이유로 밤새 잠을 설치며 비상대기를 했던 군인이던 시절, 제대후 6월항쟁을 몸으로 싸워서 성취 했을때의 그 환희의 밤, 대학 졸업후 배움의 길을 선택하고 이국땅에서 8년을 살다가 그래도 내 조국에 동량이 되고자 돌아와서 지금까지 교편을 잡고 있는 오늘까지... 눈물이 앞을 가리웠습니다. 이제 난 어찌해야 하는가? 정말 우리의 한계인가? 정리되지 않은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와서는 아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어떻게 우리의 아이에게 이 일들을 설명할 수 있겠는가 하는 마음으로 시간가는 줄을 몰랐습니다. 감성보다는 이성으로 흥분보다는 냉정함으로 현실의 사태을 보려고 했습니다. 이국땅에서 독일이 통일되던 날 저와 아내도 그 환희의 밤을 지내며 우리나라도 꼭 통일의 그 날을 보자고.. 유일한 두 분단 국가의 통일을 볼수 있는 기회를 우린 누리게 되었다고 좋아했었건만, 그러나 막상 우리 사회의 현실은 통일이 문제가 아니라 보수와 진보의 대립, 지역감정의 대립, 사회계층간의 갈등이 너무도 심각한 현실 앞에 통일은 요원 한 것 같습니다. 정말 가슴 아픔니다. 내가 할수 있는 행동은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아파트 국기게양대에 조기를 게양했습니다. 분명 3월 12일은 국치일이며 국회는 사망진단을 받았습니다. 이제 빠른 기간 안에 장례를 치르고,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말처럼 다시 우리 한번 열심히 살아 봅시다. 죽은 분들의 유품을 잘 정리해서 태우고, 그러나 꼭 역사에 남겨야 하는 것들은 후손들에게 교훈이 되도록 보관함도 있어야 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성적으로 현실의 일들을 보는 눈을 가지고, 말보다는 행동으로 실천해야 된다고 봅니다. 분명히 기억해야 일들을 망각이라는 놈이 가져가지 못하도록 우리 정신 바짝차리고 삽시다. 만약 우리가 실천하고 정신만 차린다면 새로운 전환점이 될수도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저력을 알릴수 있습니다. 산고의 고통을 동반하고 생명이 태어나듯이 오늘의 이 치욕뒤에는 우리 민족의 진 일보된 정신세게 만들어 질것으로 믿습니다. 전 그럼 국기를 조기가 아닌 기쁨의 기로 다시 게양할 것 입니다. 꼬랑지: 전 386세대 아니 486세대가 되었지만 역사의 도도한 흐름을 지켜보고 있는 대한민국의 국민의 한 사람으로 이 글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