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1일 밤에 출발하는 소록도 봉사. 240여명이 참석하는 봉사인지라 준비할 것도 많다.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요즘, 소록도 가져갈 물품을 마련하여 싣고 오다가 고추밭에 시선이 간다. 잘 자란 고추나무엔 파란 고추, 붉은 고추, 큰 고추, 작은 고추 가지가지다. 빨갛게 익은 고추들이 눈에 많이 띈다. 그런데 땅에도 떨어져 있다. 봉사 다녀오면 고추농사 다 망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던 일을 멈추고 온 가족이 고추밭으로 출동이다. 한 고랑씩 줄을 서서 빨간 고추는 따서 그릇에 담고, 병든 고추는 따서 버린다. 유기농인지 무공해인지 한다며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생마늘을 믹서에 갈아서 물을 80배로 희석하여 뿌렸었는데, 아무래도 역부족이었나 보다. 구슬땀을 흘리며 고추를 딴다. 아들래미가 힘들다고 꾀를 부린다. 아빠도 목발 짚고 고추 따는데 꾀부린다고 한마디 했다. 해 놓고 보니 부질없는 말을 했다. 아들래미한테 화내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구슬땀을 흘리며 다시 고추를 따려고 허리를 굽히는데, 눈앞에 까맣게 잘 익은 까마중이 보인다. 한 꼬투리 따서 입에 넣어 본다. 달콤함이 입안에 가득하다. 우리는 텃밭에 푸성귀를 심으며 재미삼아 키운다. 재미삼아 키우는 농작물이 병들면 속상한데, 살기위해 농사를 지었던 내 부모님들, 아니 이세상의 농부님들의 마음은 얼마나 아플까 생각했다. 덩달아 가슴이 알싸해진다. 텃밭을 가꾸면서 인생을 배워간다. 내려오며 수박 한 덩이 따서 자오쉼터에 마실 온 양로원 원장님께 드린다. 주는 이나 받는 이나 웃음 가득이다.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행복하다는 말이 문득 떠오른다. 205. 7. 29 -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