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농사지으려면 이혼하고 해!” 너무나 속이 상해 아내에게 버럭 지른 소리다. 고구마를 2만주를 심었다. 고구마 순 값과 비닐, 퇴비 값만 해도 140만원이 들었다. 꿈은 컸다. “고구마가 최소한 1,000 박스는 나올 거야. 그러면 한 박스에 만원씩 받아서 재료비 빼고 모두 좋은 일에 사용하자…….” 아내와 그렇게 약속을 하고 도와 줄 분들을 세어본다. 친구들에게 장학금 100만원, 개척교회 3곳에 각 100만원씩, 힘들게 교회 건축하고 있는 목사님께 100만원, 열심히 섬기고 활동하는 청년들 3명에게도 해외에 단기선교를 보내면 참 좋겠다며 행복해 했었다. 그런데……. 고구마를 심어 놓고 고구마 순이 잘 자라고 있을 때 밭주인이 밭에 황토를 부어야겠다고 연락을 해 오셨다. 고구마 순 값을 보상해 주겠다고 하지만 그걸 받을 수 있나……. 결국 6,000개의 고구마 모종은 황토에 묻히고 말았다. 이제 14,000개의 모종에서 많은 고구마가 생산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아쉬운 대로 700박스는 출하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며 추석을 보내고 10월이 되자 고구마를 캐기 위해 날을 잡았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지? 이틀 동안 비가 내렸다. 땅이 질어서 고구마를 캘 수 없어 봉사 날을 잡아 놓은 친구들에게 마안함을 전하며 일정을 취소했었다. 토요일엔 고구마 순을 제거했다. 정왕동에서 친구가 달려와 고생을 많이 하고 갔다. 3일 후 광주광역시에 있는 재건광주교회에서 목사님, 전도사님, 권사님 포함 6명의 봉사자가 도착했다. 천안의 장목사님 가족, 친구 한범이와 청년들까지 열심히 고구마를 캤다. 그런데 고구마가 별로 달리지 않았다. 어렵게 큰 밭에 고구마를 다 캐고 산에 있는 작은 밭의 일부분까지 고구마를 캤었다. 다음날까지 고구마 포장을 해 보니 산에 있는 밭에서 생산된 것까지 130여박스……. 400박스는 출하되어야 하는데 아쉽다. 아직 덜캔 밤고구마에서 100박스는 출하되리라 생각하고 위안을 삼았다. 고구마 130박스를 포장하여 용달을 불러 실어 보냈다. 이틀 만에 전화가 왔다. 고구마가 상한 게 보인다는 것이다. 포장할 때 호미에 찍힌 고구마는 넣지 말아야 했는데 그것이 섞여 들어갔는가 보다. 고구마를 캘 때 땅이 젖어 있었는데 덜 마른 고구마를 포장해서 그런 건지……. 아무튼, 130박스의 고구마가 그대로 반품이 되어왔다. 밤늦게 가로등 켜 놓고 차에서 고구마 박스를 내리는 모습을 보니 괜히 울화통이 터진다. 호박 고구마라고 해서 충주까지 내려가 비싸게 사온 고구마 모종은 수확을 해 보니 변비에 탁월한 효과가 있어서 생고구마로 먹어야 한다는 물고구마였다. ] 호박 고구마라고 더 비싸게 사온 것에서 물고구마가 생산 되었으니 할 말이 없다. 농사……. 전문가는 아니지만 농부들의 한숨을 이해할 것 같다. 아무튼, 내년에도 농사짓는다면 목숨 걸고 말려야겠다. 2005. 10. 14 울화통 터지던 날 밤에